선관위 "용지 부족 투표소 67곳, 송파만 15곳" 시인… 시민들 "감축 인쇄가 화근"
중앙선관위는 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된 투표소가 전국 67곳에 달한다고 시인했다. 서울 35곳, 송파구에만 15곳이다. 사전투표율 증가를 이유로 본투표용지를 감축 인쇄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경기 과천 청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윤재수 선거정책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전국 1만4천288개 투표소 중 67개소에 부족분을 채울 투표용지가 추가로 송부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35곳, 부산·경남 8곳, 대구 7곳, 인천 6곳, 울산 3곳 순이었다. 서울 가운데 송파구 한 곳에서만 15개 투표소에 추가 용지가 보내졌다. 67곳 가운데 17곳은 추가분을 끝내 쓰지 않았지만, 50곳에서는 실제 투표에 사용됐다.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모두 22곳으로 집계됐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감축 인쇄"를 들었다. "사전투표율이 계속 증가해 본투표 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어 회수·보관·폐기 과정을 고려해 인쇄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종합관리지침은 선거인 수의 50%를 하한으로 인쇄량을 산정하도록 개정돼 있었다. 다만 본투표 용지 인쇄가 후보자 등록 마감 이틀 뒤부터 시작돼, 정작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반영되지 못했다. 시민들은 이 해명이 사태의 본질을 비껴간다고 지적한다. 한 표를 받아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종이를, 선관위가 스스로 감축해 인쇄한 결과 14,288개 투표소 중 67곳에서 종이가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늑장 대응 정황도 드러났다. 선관위 설명에 따르면 송파구 위원회는 이미 오전 11시 40분께 서울시위원회로 상황을 보고했고, 추가 용지 조달은 오후 2시께부터 이뤄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부족 안내는 오후 5시경에야 나갔고, 일부 투표소는 오후 10시까지 마감 시간이 연장됐다. 무번호 투표용지가 추가 배부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무번호 용지가 추가 배부된 투표소는 모두 14곳이며, 특히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에는 무번호 용지 450매가 불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련번호가 없는 용지는 작성관리록에 일일이 번호를 적은 뒤 불출되는 절차를 거치지만, "사후 기재"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사후 확인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는 오는 10일 외부 인사 9명으로만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10일 동안(필요시 연장)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 직무감찰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선관위 업무는 직무감찰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어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꾸린 위원회 조사로 사태의 책임 소재가 드러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